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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시어머니가 오셨단다
아직 얼굴은 못 뵈었다
금요일날 공항에 모셔다 드리기로 되어있는데
7월부터 세차를 못했기에 오늘 세차를 맡겨야
시어머니를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손세차장을 찾았다
세차 맡길 타이밍을 정하지 못했다고 하는게 더 정확하다
탐라도서관 근처에 세카에 세차를 맡겼었는데
예약이 힘들었다
항상 꽉 차 있어서...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예전에 가던 본죽사거리 서쪽에 있는 손세차 하는데 맡기러 갔는데 여 사장님이 내 차 안을 보고 경악해하셨다
이게 뭐냐면서....둘째를 가리키며 다 애가 한 거라고 했다
카시트에 앉혀놓고 어린이집에 형을 데리러 잠깐 갔다오는 사이에 손에 쥐고 있던 우유팩을 위아래로 흔들어대고 우유를 여기저기 흩뿌려대곤 했다
그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고
차 안에서 배고프다고 하면 간식을 쥐어줬기에
흘릴 수 밖에 없었다
한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니 그 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고민 했는데 그 근처를 좀걸어보기로 했다
진짜 딱히 뭐 할 게 없다
아동옷가게들도 문 안여는 시각 오전 11시
문이 열려도 어차피 사진 않을거지만....
배고프다길래 편의점 가서 우우 한팩을 사주니 빨대를 찾으며 금새 다 먹는다
점심 때가 가까워지자 푸주옥에 가서 설렁탕 한 그릇을 시켜서 애 부터 먹이고 남은 걸 내가 먹는다
이젠 애 데리고 식당 가는 게 익숙하다
설렁탕 한 그릇 시키는 게 눈치보이기는 하지만
뭐 어쩌랴
후다닥 남은 걸 먹고 세차된 차를 찾아왔는데
내가 직접 하지도 않았는데
세차 되는 시간 동안 애 데리고 다니느라 힘들었다
먹은지 2시간정도 지났는데 왜 이렇게 배고프나.....
아 애랑 밥을 나눠 먹어서 반공기 밖에는 먹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가보다
시어머니 모셔다 드리기전까지는 좀 깨끗하게 유지되어 있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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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영어 시간을 거부하지 않게 될까
분명 선생님이 오셨을 때 하기 싫어하고 대충대충하는 듯 한데
몇 주 전에 배운 책을 읽어주고 이게 뭐냐고 물어보면
다 아는게 신기하다

저번주 수업은 완전 태도 불량이었다
그래서 어제는 자기전에 베이비영어 몬테소리 책을 2/3가량을 30분 동안이나 읽어주었다
지루하지 않게 노래가 있는 책은 노래로 불러주며 읽어주고 리딩북은 손짓도하며 거의 연극을 하다시피했다

둘째는 졸린지 막판에 옆에서 울고불고 난리였다

책꽂이에서 꺼내온 책을 다 읽으니 큰애가 이제 잠을 자잔다

침대에 불끄고 누워서도 왜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 얘기해줬다

"세상에는 다양한 언어가 참 많아
아빠는 중국어 배우시지?
중국도 있고
일본에 엄마 사촌동생들이 산다고 했지? 일본이란 나라도 있어...그렇게 세계 여러 나라가 있는데
그 나라 사람들하고 얘기하려면 그 나라 말을 다 배우려면 얼마나 힘들까?
그런데 다른 나라 사람들도 우리도 딱 한가지 언어만 배우면 같은 언어로 얘기할 수 있어 그게 영어야
엄마 일본에 사는 사촌동생은 한국어를 몰라
그리고 엄마는 일본어도 모르고
우리는 어떻게 대화할 수 있을까?
바로 영어로 대화하는거야
왜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 알겠지?"

이렇게 말해주었다

4살한테 너무 강요하는건가?
처음에는 그냥 귀에 익숙하게만 해주자는 의도였는데
한달에 8만원이나 내고 하는 건데
이왕이면 효과가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건 사실이다.
갈수록 내 욕심이 커지고 있는건가??

지금 와서 깨닫는건 내가 왜 영어를 열심히 했었는지 알겠다는 거다

아들들에게 영어 책도 읽어줄 수 있고
영어로 된 노래도 불러줄 수 있고
내가 기본실력이 없었으면
육아하면서
엄마가 영어 같이 공부하며 해주기엔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 공부 열심히 해두길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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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비가 오더니 오늘은 맑게 갠 하늘에 햇볕도 좋은 것 같아서 일본 사촌동생에게 보낼 택배 붙이러 우체국 갔다가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서 근처에 있는 공원에 갔다
방일리 공원
생긴지는 1년 좀 된 것 같은데 근처에 있는 탐라도서관은 자주 가도 방일리 공원은 처음 가봤다
방일은 그냥 도로명인 것 같다
아빠가 근처에 땅이 있어서 방일이란 길 이름이 익숙하다
근데 그 공원에 평화의 소녀상이 있었다
저 옆에 빈 의자에 둘째 녀석을 앉히니 싫다고 안아 달라고 한다



안아 주니 오랜만에 엄마와 나들이를 나와서 좋은지
놀이터에서 놀고싶다고 하고 여기저기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좋아한다
방일이 공원은 생긴지 얼마 안되어서 그런지 나무 수령이 얼마 안 되어서 그늘이 빈약하다
그래서 휙 둘러보고 맞은편 탐라도서관 나무 그늘 아래서
챙겨간 생수 한병을 둘이 사이좋게 나눠 마시고는
길 건너에 있는 돈가스 집으로 갔다
거의 몇주동안 반찬투정?(둘째가 주면 먹고 뱉는 습관이 갑자기 생겼음) 하는 통에 점심 때면 매번 자연드림 도시락김에 맨밥을 싸서 준 게 미안하기도 하고 점심 챙겨 먹이기도 귀찮기도 하고.....오랜만에 돈가스도 먹고 싶고
그래서 돈까스가 있는 풍경으로 갔다
여기는 가격대비 맛집으로 꼽을 만 한 곳이닻
근처 학교의 대학생들도 많이 오는 편이다
수제돈까스 5000원



고기가 얇게 펴져있어서 싫어할 사람도 있겠지만...
어린 애들에겐 씹기에 오히려 좋다


스프와 밥은 무한리필인데
스프를 많이 먹으면 돈가스가 맛이 없으니 한그릇으로 아들과 둘이 사이좋게 나눠먹고
돈까스가 나오니 아들을 먼저 먹였는데
저 밥을 아들 혼자 다 먹었다
나는 리필해서 먹었는데 내가 먹는 밥도 밥밥 거리며 달라고 하는 걸 보니 둘째아들 입맛에도 맞나보다
먹다보니 너무 배불러서 못 먹겠다고 생각했지만
거기 직원 분이 친절하게도 깍두기도 갖다주시고 하셔서 안 남기고 다 먹었다

난 어린 애들을 데리고 식당갈 때 철칙이 있다
1. 밑에 애들이 흘린 음식물은 반드시 닦고 온다
밥풀같은 게 흘렸을 때 그냥 놔두면 나중에 청소하기가 힘들어지고 다음에 오는 손님도 밥풀 밟고 다닐테고....
또 같은 식당에 갔을 때 주인이 반가워하지 않을 것 같기에....
2. 기저귀 같은 개인 쓰레기는 가방에 담아서 온다


여기저기 맘충이란 말이 난무하는 통에 눈치가 보여서 식당 가기도 힘들다......실제로 애둘 혼자 데리고 식당에 갔는데 문전박대로 쫓겨난 적이 있다 우리한테는 팔게 없다며......(거긴 노키즈존도 아니었다!!)
애 데리고 어디 다니기도 눈치보인다
애 있는 엄마는 사람 취급도 못 받는 세상이다 오죽하면 벌레 충자를 붙일까...
하지만 난 혼자서 애둘 데리고 식당에 가서도 꿋꿋하게
바닥에 애들이 흘린 건 물티슈로 꼭 깨끗하게 닦고 나온다
난 맘충이 아니다 라고 외치고 싶지만......

점점 출산율이 줄어들고 주위에 애들도 없으니 애 없는 사람들은 애에 대해서도 잘 모르니 이해심도 결여되어 있을거고.....또한 애 키우는 사람들은 자식이 하나 뿐이니 귀하게 여겨서 남들이 터치하는 걸 싫어할 거고....
이래저래 양자간의 갈등이 증폭되긴 할 거다
그래서 맘충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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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다섯살 때 이미 한글을 깨우쳤다

아버지의 할아버지가 훈장님이셔서....할아버지 밑에서 자라신 아버지는 글씨체가 아주 좋으셨는데 다섯살 때 아버지의 글씨체를 따라하려고 많이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집에 16절 갱지를 한 묶음을 사다 놓으셨는데
우리는 그게 연습장이었고 그림도 거기에 그리곤 했었다

아무튼 난 아주 원시적인 방법으로 한글을 깨우쳤던 거다
그 16절 갱지에 아빠가 써준 한글을 따라 쓰는 식으로 말이다

이제 38개월, 올해 11월이면 몬테소리 토이방이 끝나기에 리틀한글을 시작할 예정인데 리틀한글은 통단어로 익히는 방식이 아니라 자음모음 따로따로 원리를 익히고 조합방식을 배우는 거라고 한다
그래서 통단어로 익히는 것도 같이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낱말 카드를 보여주며 익히게 하고 싶은데

동화책도 많이 읽어주긴 하지만 한글에 아직 큰 관심은 없는 것 같은지라 한글을 배우는데 스트레스 받게하고 싶지 않아서 노출이론에 따라서 낱말카드만 노출시켜 주려고 인터넷 검색으로 낱말카드 차트를 찾아보았지만
마땅한 것을 못찾겠어서 결국 직접 만들었다

집에 미싱도 없고 다 손바느질로 몇일에 걸쳐 만들었다
친정 아버지가 내가 하는 걸 봤다면 할 일이 없다고 하셨을지도 모른다
테이프로 붙이고 어설프게 해놓으면 둘째가 무참히 뜯고 쓰레기로 만들 것이 뻔했기 때문에 내구성있게 만들려면 바느질로 박아야만 했다
집에 있는 원단 위에 문구점에서 산 비닐(1단 1500원)을 위에 덮어서 같이 박고 카드에 맞게 카드 넣는 입구를 자른다

꽤 간단하다
하지만 카드 넣는 공간에 크기를 맞춰야 하는데
바느질을 잘못하는 바람에 뜯어서 다시해야했다

굉장히 어설프지만 나름 만족

둘째가 제발 뜯어서 망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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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 부산에 유명한 쉐라미 빵집을 운영하셨던 노부부가 사신다
정이 많으신 분들이라 항상 부산 다녀오시면 빵을 사서 가져오시는데 입맛 까다로운 남편이 항상 맛있다고 할 정도로 맛이 좋다

옆집 할머니, 할아버지는 특히 우리 애들을 좋아하셔서 애들이 좋아할 만한 알록달록한 것들을 사다주시는데
마카롱도 몇번 주셨는데 이번에는 다쿠아즈를 한박스 주셨다
저녁 밥을 다 먹이고 나서
(애들에게 후식을 줄 때는 항상 밥을 다 먹어야 한다는 기본 조건이 있다. 밥을 남기면 후식은 없다.)
옆집 할머니, 할아버지가 주신 빵 먹자 하면서 냉장고에서 박스를 열었는데 색색이 예쁜 다쿠아즈들이.... 애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색을 골랐는데 큰애는 빨간색이 딸기 맛인줄 알고 빨간색을 고르고 둘째는 차선으로 오렌지색을 골랐다
색색별로 안에 크림 맛도 다 다르다
딸기 오렌지 밤 초콜렛 녹차
사진을 찍어뒀어야 했는데 사진을 미처 찍지 못했다는...
주말에 장 보러 마트갔다가 맛있어보이는 복숭아가 있길래 두박스 사서 한박스는 옆집 할머니 할아버지 갖다드렸다
매번 귀한 빵 선물 받는게 너무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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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토이방 같이 하다보니 리틀은 준비물을 챙겨야 하는데 가끔 빠뜨릴 때가 있다
정신 없는 엄마 ㅜㅜ
오늘은 운 좋게도 아침에 애들이 물감 놀이를 하고 싶다고 해서 짜 놓은 물감이 마침 몬테소리 준비물이라 이런 결과물이 나왔다
큰애는 리틀 도형으로 작은 애는 베이비 몬테소리 도형으로...가위질도 다 직접 했다는데
손쓰는 게 많이 늘은 것 같긴 하다
수업 끝나고 선생님은 큰 애 작은 애 수업 어땠는지 얘기해주시는데 남편한테 얘기하면
"당연히 좋은 얘기 하겠지." 냉소적인 반응이 나온다
그래도 내가 시키는 교육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으니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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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개월 첫째가 요즘 질문이 많아 졌다
"엄마, 아까 쉬하고 왔는데 왜 또 마려운 걸까요?"
"엄마, 우리 집은 어떻게 해서 지어졌어요?"
"엄마, 왜 날씨가 점점 시원해질까요?"
질문도 다양해진 만큼 혼자서 생각하는 깊이도 좀 달라진 듯하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내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자세히 이해되도록 해주려고는 하는데 남편의 분야이면 아빠오면 여쭤보자고 한다

블럭으로 소방차도 만들고 소방서도 만들고 동생이 꺼낸 몬테소리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블럭으로 로켓이라며 순식간에 만든다


혼자서 척척 해내는 게 정말 기특한데 저런 생각까지 하다니 더 놀랍다
언제 저렇게 컸지?
말도 많이 늘고 생각도 깊어지고 가끔 동생이 하는 짓을 똑같이 따라할 때도 있지만 이 엄마는 큰 아들이 든든 할 때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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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대학 때 친구랑 무작정 기차 타고 떠났던 기억이 있다
목적지가 있는 게 아니라 무작정 기차를 타고 갔었던....
그때는 거고 싶은 곳이 봉평이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메밀 꽃 필 무렵이란 소설 속에서 처럼 소금을 깔아 놓은 듯한 광경을 한번 보고싶었다
그래서 기차를 탔는데 처음 타보는 기차라 잘못 내려서 태백역에 내리게 되었다
슈퍼에서 태백우유 마셨는데 엄청 맛있었던 기억이...그 우유 마시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사실 메밀은 제주에서도 재배한다는 사실은 다 크고 나서야 알았다
마을에서 잔치가 열리면 빠지지 않는게 빙떡이란 건데
빙떡은 메밀 반죽을 부쳐서 무채 양념한 것을 안에 넣고 돌돌 말아서 먹는 거다
고소하고 은근 맛있다는~
9월 중순이면 메밀꽃이 예쁘게 핀다길래 지난 토요일
오전 근무 마치고 돌아온 남편과 낮잠 자고 일어난 애둘과 함께 메밀꽃 밭으로 나들이를 나섰다
오라동 산 76번지
가보니 축제기간이라는 현수막이 나풀거린다
굉장히 큰 필지의 밭에 전부다 메밀꽃이다
개인 소유의 밭인데 이렇게 입장료를 받지 않는 대신 푸드트럭이나 관광상품 판매 컨테이너 박스를 갖다놓도록 하고 돈을 버는 듯
밭주인의 아이디어가 굉장하다고 느낌
길은 울퉁불퉁 자갈길이라 끌고간 유모차가 또 짐이 되었다
유모차 놔두고 그냥 걸어서 갈껄...후회 했지만
결국 돌아올 때 큰 애는 내려서 오고 둘째만 유모차에 태운 한결 나았다


낮잠 잘 때 안자겠다고 버텨서 제대로 자지도 않고 엄마도 쉬고싶은데 둘째가 미워서 궁둥이 좀 팡팡 했더니 삐져서 아빠만 찾는 둘째
아빠가 형만 안아준다고 빼져서 혼자 저기 모르는 길로 막 가려고 한다
양 옆이 낭떨어지여서 급히 달려가 안았는데 결국 큰애는 내가 업고 둘째는 아빠에게 안긴다
아...메밀꽃은 예쁘고 평온한 풍경인데 애둘 키우다보니 내 안의 감성은 바싹 말라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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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30년 넘게 살면서 좋은 인연을 만난다는 게 아주 큰 행운이고 흔치 않은 일이란 걸 알기에 사람과 쉽게 친해지지 않는 성격이 되어버렸다

큰애가 6월 둘째주 부터 다니던 어린이집에 같은 단지에 사는 친구가 있어서 놀이터로 자주 놀러 가자고 하는데

어제 친구랑 저녁까지 놀이터에서 놀아서 즐거웠던지 오늘 아침도 일찍 일어나서 놀이터로 놀러가자고 한다

부랴부랴 애들 아침 먹이고, 나도 준비하고 해서 애둘 데리고 놀이터로 갔는데 배가 슬슬 아프기 시작하는 거였다

'이상하다?'

다른 집 애들은 아무도 없는데 우리애들은 신나서 그네 시소 미끄럼틀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킥보드도 타보고 자전거도 타보고~~

배가 아프더니만 그건 신호였다는 걸 알아챘을 때는 이미 늦었다
" 애들아 엄마 급해! 화장실 가야할 것 같아! 집에 얼른 들어가자!!!" 하니
큰 애는 "싫어요~ "
달래는 기엔 내 시간이 너무 촉박할 것 같아
"그럼 엄마 혼자 집에 금방 다녀올게."
나온 배 밑으로 손을 받쳐서 경보로 최대한 속력을 내본다
우리 동 앞을 지나는데 옆 라인 큰애 친구 쌍둥이네 아빠가 보인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휙 지나친다

집에 후다닥 들어가고 화장실로 직행

볼일을 보고 나오니 놀이터에 애들만 놔두고 온 게 걱정이 된다
'혹시 큰 사고가 나진 않았을까?'
'아 그럼 어떡하지?'

불안한 마음에 또 최대한 속력을 내고 놀이터로 향한다
놀이터에 아까 인사를 건넸던 쌍둥이 아빠가 계시네?
쌍둥이들도 놀이터로 놀러나왔나??

가까이 가보니 우리 애둘과 쌍둥이 아빠만 계신다

애들이 도로로 나오길래 와봤다고 하시며 집으로 가신다

아 너무 고마움에 눈물이 ㅜㅜ

너무 좋은 이웃이다

다행히 애들은 무사하고

큰 애는 "아까 삼촌이 킥보다 타는 거 또 가르쳐줬어요." 라고 한다

이마에 땀에 송글송글 맺히고 더운지 이제 집에 가자고 하는 애둘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집으로 들어갔을 때 애들 아빠는 집에서 자고 있었다

어젯밤 애들 재우고 새벽에 같이 영화보다 잠들었는데 피곤해 할 것 같아서 일부러 자라고 놔두고 애들만 데리고 나갔었던 거였다

10시 넘어 일어난 남편에게 아까 일을 얘기하니 심드렁히다

밖에 나갔다 온 애들은 한 시간 동안 아빠랑 놀다가 아빠가 잠 드는 바람에 또 내 차지가 되었다

점심 대충 먹이고 한 애 씩 업고 재운 다음에 침대에 눕히니 이제 내 시간인가 싶었는데 얼마 안 있어 둘이 번갈아 가며 날 찾는다
결국 토닥이는 일도 내 몫이다









And

오늘 아침 큰 아들 어린이집 차가 도착하니 제일 먼저 둘째가 그 차에 오르려고 발을 올렸다
넌 안갈꺼야 형이 탈거야 라고 말하니
둘째는 울음을 터뜨리며 다른데로 가버린다
차량 안에 같이 타신 샘과 기사샘은 그런 둘째를 보며 마냥 웃고 계시고 큰 애도 덤덤하니 그냥 자기 자리에 앉아서 안전벨트 매는 일에만 집중한다
둘째는 형을 너무 좋아한다
집에서 낮잠을 자다가 깨서 가장 먼저 하는 말이 형이다
이제 18개월
단어 몇개 말할 수 있고 상대가 하는 말은 많이 알아먹는 것 같은데 자다깨서 하는 말이 형, 그다음엔 아빠
형과 항상 함께 있다가 혼자 지내는 낮 동안은 심심한지 자주 형을 찾는다
형이 어린이집에 안 다닐 때는 평일에도 바다며 산이며 여기저기 데리고 다녔지만
내 배도 부르고 둘째 혼자만 봐야기에 밖에 데리고 가는 일은 고작해야 마트 정도라 둘째도 심심했을 터이다
둘째는 형을 너무 좋아하는 게 책을 읽어 줄 때 나타난다
엄마 동물과 아기 동물이 나오는 책을 읽어 줄 때 큰 거는 형이란다
내가 애들 교육 중 중요하게 생각하고 고민 하는 부분이 형제간의 우애다
어떻게 하면 더 우애 있게 키울 수 있을까
아무래도 부모의 역할이 가장 크겠지...
내 2살 밑에 남동생은 나한테 누나라고 안 하는데
어렸을 때도 엄마 아빠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정정하거나 남동생에게 뭐라고 한 적이 거의 없었다
아마 막내라 마냥 귀엽거나 아니면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지 못하셨거나....
큰 애가 자기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둘째가 와서 방해하면 밀치거나 때리거나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둘 모두 마음이 다치지 않게 현명하게 중재을 해야하는데 늘상 둘째는 형한테 맞거나 아니면 형이 너 하지마 라고 섭섭한 말을 하면 울면서 엄마를 찾아온다
특히 배고플 때는 더 서럽나 보다
식사 준비 중에 만들고 있던 반찬을 입에 작게 넣어주면 금방 그치고 다시 형한테로 간다
요 몇일 형이 하도 몬테소리 책 중에 아빠는 아이스크림을 사러갔어요 를 읽어 달라고 하니 옆에서 같이 보던 둘째도 덩달아 형 없을 때 읽어달라고 하고 또 아이스크림이란 단어도 말하긴 하는데 명확하지 않은 그 발음이 어찌나 귀엽게 들리는지.....
형을 잘 가르쳐야 동생이 보고 배우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아빠는 오빠를 엄하게 가르치셨나보다
열정이 떨어지셔서 그런지 밑으로 갈 수록 덜하셨지만.....


가끔 둘이 사이좋을 때는 이런 진한 표현도 과감히 하곤 한다
앞으로도 성인이 되어서도 항상 서로에게 든든한 존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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