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항파두리
큰 애가 어린이집에서 지난주, 지지난주에 항파두리에 다녀왔기에
둘째에게도 꽃구경을 시켜주고 싶었다
오늘은 날씨도 정말 따뜻하고 좋은 날씨여서 집에만 있기가 괜히 아까웠다
몽고에 끝까지 항거한 삼별초군과 고려인의 정서가 서린 곳이 항파두성이란다
군사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곳이 항파두리라면
제주민의 고통과 한이 서려있는 말이 몽근년이다
요즘은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이 없지만 중3 때 돌아가신 큰할머니가 내게 가끔 쓰시던 말이 몽근년인데
나는 그때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
몽근년 몽그라터진년 이렇게 파생되기도 한다
본 뜻을 알면 무시무시하다
몽고인의 자식을 벤 여자를 지칭하는 말이란다
전쟁이 일어나면 전장에 나가 싸우는 것은 남자이지만
그 시대에도 모욕과 수치, 수모를 당하는 건 여자였나보다. 몽고인에게 겁탈을 당해서 어쩔 수 없이 임신한 여자에게 그런 욕을 한게 그렇게 전해져왔다는 것이다.
나도 몽근년 이야기는 시인이신 아버지의 사촌형으로 부터 들은 것이다.
남편은 몽고에서 살다 왔기에 몽골어를 꽤 하는데
남편으로 부터 제주도 사투리와 몽골어 간에 꽤 유사점이 많다는 것도 알아냈다. 특히 말을 제주어로 몰(15세기 중세 국어에 남아있는 아래아자를 쓴다)이라고 발음하는데 이게 몽골어와 굉장히 똑같다.
아무튼 난 몽고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진 않은 듯 하지만
이곳 항파두리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밭 전체에 같은 종류의 꽃을 심어서 사진 찍는 관광객이 무료로 이용하도록 했기에 슬픈 역사의 기억을 잠시 접어두게 한다.
둘째 아들은 열심히 민들레 씨앗을 찾아다니며 후후 거리고 해바라기 꽃에 앉은 벌이 무섭다고 안아달라고 한다
항몽순의비 계단을 열심히 오르락내리락 하는 둘째의 남다른 체력에 전시관도 제대로 못 본 채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폭우가 내릴 거란 기상청 예보에 금요일 저녁 잠자기 전에 온 집안의 문을 닫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
태풍은 언제 지나가지?
지나갔나?
토요일에도 아직 북상 중이라길래
또 창문을 닫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밖은 여전히 고요했다
태풍 온다고 놀이터에 나가 놀고 싶다는
에너지 넘치는 애둘 집에만 가뒀는데
괜히 그랬나
기상청의 예보가 안맞음을 잠시 탓해보지만
이미 지나간 날이라 미련 버리고~
일요일인 오늘은 새벽에 갑자기 깨서 울고는
잠을 쉽게 못드는 둘째가 걱정되어 소아과에 데리고 가기로 했다
신제주에서 구제주로 가야했는데
내차에 오르니 차가 시동이 안 켜진다
배터리가 방전되었던 것이다
블랙박스를 항시 켜둬서 그런 듯
급히 남편차로 옮겨서 병원에 가니
새로운 곳에 와서 좋은지 둘째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탐색한다. 왠지 멀쩡해 보인다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니....
장염이란다
기저귀에 손 넣고 엉덩이 고추 만지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는데 응가하고 엉덩이에 손 넣고 자기 손에 똥 묻었다며 똥 똥 거리며 손을 보여주던데
손을 잘 씻긴다 해도 뭔가 위생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나보다
약을 타고 집에 들어 가기전에 남편이 죽성고을에서 점심을 먹자며 데리고 간다
문을 열어놔서 그런지 벌레들이 날아다니고....
결국 밥 다 먹고 내 밥 그릇에 벌레 한마리 날아앉아 어쩌지 하다 옆에 물컵에 있던 물을 쏟아부어 수장시키고...그래도 참고 몇번 더 먹다가 일어났다
애들이 밥을 먼저 먹어서 밖에 나가려는 통에 애들따라 밥을 후딱 먹은 남편이 먼저 나갔다
남편은 맛있는 곳이라며 좋게 평가한다
그렇게 얘기하는데 벌레 있어서 밥먹다가 토할 뻔 했다고 얘기할 수 없어서 맛있게 잘 먹었다고 고맙다고 했다
가끔은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할 때도 있다
집에 돌아와 출동 서비스를 불러 방전된 차에 배터리를 충전해주니 남편은 장거리를 뛰어야 한다며 서귀포로 가보잔다
애들도 낮잠 잘 시간이라 흔쾌히 대동했다
1100도로로 드라이브 하며 서귀포에 갔다
촉촉히 물기를 머금은 나무들, 흙 냄새
차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의 공기가 상쾌했다
전망대에 도착하니 차에서 잠든 애둘을 두고 잠시 둘만의 시간을 갖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주로 셋째가 태어날 즈음에 남편과 주말부부를 해야하는 상황에 대한 것이다
집을 연세를 주고 가족이 다 같이 움직일 것인가 아니면 남편 혼자 갔다가 주말에 오가고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나도 구체적인 그림이 잡히지 않는다
애 둘과 애 셋 키우는 것은 아주 다르겠지?
당장 몸조리부터 걱정해야할 판이니 말이다
차에 오르고 남편이 새연교로 가잔다
서귀포는 제주시와는 날씨가 정말 딴 판이었다
여름 날씨다
제주시는 바람 불고 비올듯 말듯 먹구름이 잔뜩 끼었는데....
그래도 서귀포를 부러워하진 않는다
서귀포는 너무 습해서 살기엔 제주시가 훨씬 나으니까
애둘은 잠에서 깨어나서 활기가 넘치는지 처음엔 안아 달라고 하다가 혼자 걷겠단다
큰 애는 걷다가 뛰다가 하며 새섬 한바퀴를 제 다리 힘으로 돌아다닌다
둘째 녀석도 지지 않고 아빠 손을 잡고 끝까지 걸었다
에너지 넘치는 녀석들
집에 돌아와서도 놀이터에 가서 놀자고 한다
회장님 댁 제사집에 가야 한다는 남편을 보내고
혼자서 두녀석 저녁을 먹인다
감자당근햄을 볶고, 갈치 네 토막을 구워서 주니
둘째가 갈치 갈치 하며 달라고 한다
장염 걸린 것 치고는 밥도 꽤 잘 먹어서 안심
둘이서 갈치 반마리 이상을 헤치운 셈이다
체력도 좋지만 먹성도 좋다
밥 먹고 나서 이것저것 요구하는 큰애
둘째는 당분간 과일 우유 찬 것 금지라
과일 먹고 싶다는 큰 애를 설득해서 형이 혼자 먹으면 동생이 섭섭하니 동생 나을 때 까지만 기다려달라고 설득하고 견과류로 대체한다.
칫솔질도 해주고, 설거지하고, 두 녀석 씻기고 하니 둘째가 졸린지 눈을 비빈다
책 한권 읽어주고 불을 끄고 침대에 올라가라고 하니
큰 애는 눕자마자 잠이 든다
많이 피곤했나보다
매일 이렇게 금방 잠이 들었으면 좋겠다
몬테소리 베이비 영어는 커리큘럼이 잘 짜여진 듯 하다
이번 한달간은 Song book에 나오는 노래는
If you're happy and you know it 동요를 배우는 데
Song 과 chant 가 나오는 hands on book은 how do you feel? 이란 책으로 진도가 나간다
카드로는 Happy, sad, angry, scared, sleepy 등의 감정을 나타내는 형용사를 배운다
보통 Reading book도 연관이 되는 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번에는 a rainy day라 별로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거의 연관 되게 이루어진다
오늘 수업은 꽤 혼자서 잘 해냈다
수업이 다 끝나고 큰 애가 선생님한테 "저 오늘은 예쁘게 잘 했지요?" 하고 묻는다.
선생님이 오늘은 개인 사정으로 한 시간 반 뒤에 오시겠다고 하셔서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했는데 여유가 있으셔서 그러셨는지...정규 수업 시간 보다 더 시간을 할애해서 해주신 것 같다
중간중간에 둘째도 선생님 옆에 붙어서 선생님이 큰 애한테 읽어주는 책을 같이 보며 듣는다
그런 둘째가 귀여웠는지 선생님도
When I'm happy I hug my friend and smile 이란 부분에서는 둘째를 꼭 껴안아 주셨다
똑같은 책과 교재로 4주를 배운다
그러니 애들은 익숙해 질 수 밖에 없다
평소에는 집에서 씨디로 노래를 계속 들려주고
악보가 나와있는 song book에 있는 노래는
피아노로 같이 쳐보면서 노래를 불러준다
일주일에 두번 이상은 베이비영어 책 전권을 읽어주고 있고 이렇게 하니 아직 진도가 나가지 않은 노래나 책도 좋아해서 읽어달라고 한다
알파벳을 익히고 하는 것은 나중에 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은 그냥 소리에만 익숙하게 해주려는 게 내 욕심이다
다음시간에는 새로운 교재로 시작한다
하지만 씨디로도 이미 들은 노래를 배우기 때문에 큰 애가 잘해내리라 기대한다
점점 수업태도가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20분 방문 수업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것과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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