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비가 오더니 오늘은 맑게 갠 하늘에 햇볕도 좋은 것 같아서 일본 사촌동생에게 보낼 택배 붙이러 우체국 갔다가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서 근처에 있는 공원에 갔다
방일리 공원
생긴지는 1년 좀 된 것 같은데 근처에 있는 탐라도서관은 자주 가도 방일리 공원은 처음 가봤다
방일은 그냥 도로명인 것 같다
아빠가 근처에 땅이 있어서 방일이란 길 이름이 익숙하다
근데 그 공원에 평화의 소녀상이 있었다
저 옆에 빈 의자에 둘째 녀석을 앉히니 싫다고 안아 달라고 한다
안아 주니 오랜만에 엄마와 나들이를 나와서 좋은지
놀이터에서 놀고싶다고 하고 여기저기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좋아한다
방일이 공원은 생긴지 얼마 안되어서 그런지 나무 수령이 얼마 안 되어서 그늘이 빈약하다
그래서 휙 둘러보고 맞은편 탐라도서관 나무 그늘 아래서
챙겨간 생수 한병을 둘이 사이좋게 나눠 마시고는
길 건너에 있는 돈가스 집으로 갔다
거의 몇주동안 반찬투정?(둘째가 주면 먹고 뱉는 습관이 갑자기 생겼음) 하는 통에 점심 때면 매번 자연드림 도시락김에 맨밥을 싸서 준 게 미안하기도 하고 점심 챙겨 먹이기도 귀찮기도 하고.....오랜만에 돈가스도 먹고 싶고
그래서 돈까스가 있는 풍경으로 갔다
여기는 가격대비 맛집으로 꼽을 만 한 곳이닻
근처 학교의 대학생들도 많이 오는 편이다
수제돈까스 5000원
고기가 얇게 펴져있어서 싫어할 사람도 있겠지만...
어린 애들에겐 씹기에 오히려 좋다
스프와 밥은 무한리필인데
스프를 많이 먹으면 돈가스가 맛이 없으니 한그릇으로 아들과 둘이 사이좋게 나눠먹고
돈까스가 나오니 아들을 먼저 먹였는데
저 밥을 아들 혼자 다 먹었다
나는 리필해서 먹었는데 내가 먹는 밥도 밥밥 거리며 달라고 하는 걸 보니 둘째아들 입맛에도 맞나보다
먹다보니 너무 배불러서 못 먹겠다고 생각했지만
거기 직원 분이 친절하게도 깍두기도 갖다주시고 하셔서 안 남기고 다 먹었다
난 어린 애들을 데리고 식당갈 때 철칙이 있다
1. 밑에 애들이 흘린 음식물은 반드시 닦고 온다
밥풀같은 게 흘렸을 때 그냥 놔두면 나중에 청소하기가 힘들어지고 다음에 오는 손님도 밥풀 밟고 다닐테고....
또 같은 식당에 갔을 때 주인이 반가워하지 않을 것 같기에....
2. 기저귀 같은 개인 쓰레기는 가방에 담아서 온다
여기저기 맘충이란 말이 난무하는 통에 눈치가 보여서 식당 가기도 힘들다......실제로 애둘 혼자 데리고 식당에 갔는데 문전박대로 쫓겨난 적이 있다 우리한테는 팔게 없다며......(거긴 노키즈존도 아니었다!!)
애 데리고 어디 다니기도 눈치보인다
애 있는 엄마는 사람 취급도 못 받는 세상이다 오죽하면 벌레 충자를 붙일까...
하지만 난 혼자서 애둘 데리고 식당에 가서도 꿋꿋하게
바닥에 애들이 흘린 건 물티슈로 꼭 깨끗하게 닦고 나온다
난 맘충이 아니다 라고 외치고 싶지만......
점점 출산율이 줄어들고 주위에 애들도 없으니 애 없는 사람들은 애에 대해서도 잘 모르니 이해심도 결여되어 있을거고.....또한 애 키우는 사람들은 자식이 하나 뿐이니 귀하게 여겨서 남들이 터치하는 걸 싫어할 거고....
이래저래 양자간의 갈등이 증폭되긴 할 거다
그래서 맘충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난 다섯살 때 이미 한글을 깨우쳤다
아버지의 할아버지가 훈장님이셔서....할아버지 밑에서 자라신 아버지는 글씨체가 아주 좋으셨는데 다섯살 때 아버지의 글씨체를 따라하려고 많이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집에 16절 갱지를 한 묶음을 사다 놓으셨는데
우리는 그게 연습장이었고 그림도 거기에 그리곤 했었다
아무튼 난 아주 원시적인 방법으로 한글을 깨우쳤던 거다
그 16절 갱지에 아빠가 써준 한글을 따라 쓰는 식으로 말이다
이제 38개월, 올해 11월이면 몬테소리 토이방이 끝나기에 리틀한글을 시작할 예정인데 리틀한글은 통단어로 익히는 방식이 아니라 자음모음 따로따로 원리를 익히고 조합방식을 배우는 거라고 한다
그래서 통단어로 익히는 것도 같이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낱말 카드를 보여주며 익히게 하고 싶은데
동화책도 많이 읽어주긴 하지만 한글에 아직 큰 관심은 없는 것 같은지라 한글을 배우는데 스트레스 받게하고 싶지 않아서 노출이론에 따라서 낱말카드만 노출시켜 주려고 인터넷 검색으로 낱말카드 차트를 찾아보았지만
마땅한 것을 못찾겠어서 결국 직접 만들었다
집에 미싱도 없고 다 손바느질로 몇일에 걸쳐 만들었다
친정 아버지가 내가 하는 걸 봤다면 할 일이 없다고 하셨을지도 모른다
테이프로 붙이고 어설프게 해놓으면 둘째가 무참히 뜯고 쓰레기로 만들 것이 뻔했기 때문에 내구성있게 만들려면 바느질로 박아야만 했다
집에 있는 원단 위에 문구점에서 산 비닐(1단 1500원)을 위에 덮어서 같이 박고 카드에 맞게 카드 넣는 입구를 자른다
꽤 간단하다
하지만 카드 넣는 공간에 크기를 맞춰야 하는데
바느질을 잘못하는 바람에 뜯어서 다시해야했다
굉장히 어설프지만 나름 만족
둘째가 제발 뜯어서 망치지 말기를.......
옆집에 부산에 유명한 쉐라미 빵집을 운영하셨던 노부부가 사신다
정이 많으신 분들이라 항상 부산 다녀오시면 빵을 사서 가져오시는데 입맛 까다로운 남편이 항상 맛있다고 할 정도로 맛이 좋다
옆집 할머니, 할아버지는 특히 우리 애들을 좋아하셔서 애들이 좋아할 만한 알록달록한 것들을 사다주시는데
마카롱도 몇번 주셨는데 이번에는 다쿠아즈를 한박스 주셨다
저녁 밥을 다 먹이고 나서
(애들에게 후식을 줄 때는 항상 밥을 다 먹어야 한다는 기본 조건이 있다. 밥을 남기면 후식은 없다.)
옆집 할머니, 할아버지가 주신 빵 먹자 하면서 냉장고에서 박스를 열었는데 색색이 예쁜 다쿠아즈들이.... 애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색을 골랐는데 큰애는 빨간색이 딸기 맛인줄 알고 빨간색을 고르고 둘째는 차선으로 오렌지색을 골랐다
색색별로 안에 크림 맛도 다 다르다
딸기 오렌지 밤 초콜렛 녹차
사진을 찍어뒀어야 했는데 사진을 미처 찍지 못했다는...
주말에 장 보러 마트갔다가 맛있어보이는 복숭아가 있길래 두박스 사서 한박스는 옆집 할머니 할아버지 갖다드렸다
매번 귀한 빵 선물 받는게 너무 고마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