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열경련이 있던 둘째가 소아과에 다녀온 후에 한숨 자고 일어나니 배가 고픈지 밥,김 거리길래 밥에 김을 싸줬더니 평소만큼은 아니지만 아픈 아이 치고는 꽤 많이 먹었다
그래서 괜찮은 줄 알고 맘을 놨는데.......
그게 아니었다
큰 애의 몬테소리 베이비영어 수업이 있는 날이라 큰애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둘째를 태우고 갔다왔다
갔다오는 길에 미리 자연드림에서 사놓은 꽈배기 두개를 봉지에 챙기고 미리 차 안에서 먹였다
배고프면 수업이 안될까봐 미리 선수를 친 것이다
막상 선생님이 오시니 큰 애는 또 안하겠다고 떼를 쓰고해서 상황이 어색하지 않게 둘째를 얼른 안아서 선생님 앞 의자에 앉혀 놓았다
20분 동안 둘째는그렇게 선생님과 수업을 했다
Bed, table, tub, telephone, chair 낱말카드와 모형 사물을 보며 선생님의 발음을 따라했다
Bed와 tub은 꽤 유사하게 발음을 따라하는 둘째가 기특하고 귀여운지 선생님은 웃음만발
옆에서 내가 봐도 웃기다.
그렇게 하다가 where are you? 책을 읽을 시간이 되니
익숙한 게 나오는지 큰 애가 슬쩍 옆으로 다가온다
미리 노래로도 책으로도 들려주고 보여주었던 터라 익숙했을 것이다
큰 애는 그렇게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선생님 다 끝났어요?"를 두번이나 물어본다
그래도 선생님은 끝까지 할 걸 다 끝내시고 큰 애를 위해 한번 더 낱말카드와 모형사물을 보여주며 매치시키는 걸 큰 애에게 보여준다
그렇게 베이비 영어 수업이 끝나고 큰 애가 놀이터 가자고 조르는데 그 와중에 둘째의 두번째 열경련이 시작된 것이었다
두번째 열경련은 꼭 응급실에 가야한다는 의사샘의 말이 떠올라 119에 전화했다
당황한 내 모습에 큰 애도 많이 놀랐던 것 같다
119 구급차가 도착하니 큰 애는 라인입구 계단에만 멀뚱히 서 있는다
"집에 혼자 있을거야?" 다급한 나는 큰 소리로 큰 애에게 빨리 타라고 재촉하지만 큰 애는 요지부동
결국 운전석에 있던 구급대원 아저씨가 나서서 데려온다
처음 타보는 구급차 안이 신기한지 큰 애는 두리번 두리번
나도 구급차를 처음 타보지만 두리번 거릴 정신이 없다
축 늘어져있는 둘째에게만 온 정신이 갔다
응급실로 가는 구급차는 왜 이리 느린지.....
길은 왜 그리도 막히는지.....
오늘은 오일장날이라 오일장 앞길로 가면 안되는데 아저씨는 하필 그 경로를 택하신 건지......
너무 길이 막혀서 다시 유턴하고 한라병원 응급실로 가니
20분정도가 걸린 것 같다
애는 울어재끼고 혼이 나갈 정도로 정신이 없는데 옆에서 이것저것 물어본다
[오전 10:30분쯤 열경련을 (5분 이내) 했었고 소아과 갔다와서 약 처방 받고 3시쯤 약을 먹이고 20분 전에 열이나서 해열제를 먹였다
열은 오늘 오전 10시쯤 처음 난 것이다]
질문에 대한 내 답의 요약은 이쯤 될 것이다
근데 또 계속 같은 질문을 해대서 짜증이 치솟았다
열이 안 내리니 엉덩이에 해열제 주사를 두번이나 넣었다
둘째는 아프다고 더 운다
이어서 둘째의 손등에서 주사기로 피를 뽑고 피검사를 한다고 한다
소변검사도 해야해서 고추에 소변 봉투도 부착한다
그리고 손등에는 수액과 해열제 링거를 연결한다
그때까지 큰 애는 참 착하게도 동생의 신발을 양손에 끼우고 가끔 박수치듯 부딪치며 옆에서 얌전히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응급실 통로에서 안쪽 별도의 룸으로 된 공간으로 안내를 받고 간이침대 세개짜리 중 가장 안쪽으로 배정이 되었다
손등의 링거 바늘과 덕지덕지 붙은 테잎들이 신경쓰이는지 손등을 보이며 계속 안아달라고 하는 둘째녀석 덕분에
입구를 등지고 안고 있었고 첫째는 그때까지도 손에서 동생의 신발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세시간 넘게 응급실에서 기다렸는데
둘째가 몸이 좀 살아나는지 아저씨 아저씨 거리며 방을 나가자고 한다
아저씨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싶은가보다
복도 가운데에 한쪽 벽 구석에 데리고 가서 실컷 보라고 갔다왔다하다가 큰 애가 물을 마시고 싶다니 정수기를 찾았다
정수기 옆에 자판기에 눈이 가는 애들
자판기에는 내가 유일하게 마시는 걸 허용하는 포카리스웨트가 있었다
그래서 엄마가 급하게 나오느라고 핸드폰만 챙기고 돈을 안가지고 왔다고 하고 정수기에 물을 빼서 큰 애부터 먹이는데 옆에 있던 검은 마스크를 쓰신 아저씨가 빳빳한 천원짜리 두장을 큰 애에게 무심하게 건넨다
염치 불구하고 큰 애에게 얼른 고맙다고 인사하라고 하고서는 포카리스웨트 두개를 뽑아 애들에게 하나씩 쥐어준다
나는 다시 검은 마스크를 쓴 아저씨께 고맙다고 인사하고 다시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다
큰 애는 그렇게 받아든 포카리스웨트를 반 이상 마시고 둘째는 형이 마신 반 만큼 마셨다
응급실 온지 한 시간 반이 지나고 평소에는 저녁먹을 시간이 지났으니 둘다 목이 말르고 배가 고팠을 거다
어떻게 견뎠는지 모르겠다
임신 7개월의 몸으로 둘째를 그렇게 세시간 넘게 안고 있었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는 것 같았다
피검사결과 염증 수치가 그렇게 높지 않으니 (1.2정도 된다고 ) 항생제는 처방 안해도 될 것 같고 해열제만 두가지를 처방해주겠단다
수납하고 약을 기다리는데만 15분을 기다린다
진정된 둘째는 가지고간 아기띠로 뒤로 업어서 한결 살만 했다
그렇게 병원을 나오니 8시 40분
집에가면 9시가 될 거라 근처에서 밥을 사 먹이고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근처 식당을 찾았다
주차 아저씨에게 근처에 먹을 만한데를 물었는데 이상한데를 가르쳐 주셔서 또 헤매다가 토마토 약국 옆에 헥스테이크로 데려갔다
함박스테이크를 시키고 첫째를 우선 먹였다
큰 애는 밥과 고기만 먹었다
맛있다고 하면서 둘째도 먹이려니 둘째는 이미 등에서 잠이 들었다
깨워서 먹일까 하다가 그냥 놔두었다
둘째도 같이 먹일 양은 아니었다
가게를 나와서 택시를 탔다
빠른 길이 있는데도 택시는 천천히 여유있게 달린다
그렇게 집에 오니 9시 30분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깨어난 둘째에게 배고프냐고 물으니 응 하고 대답한다
냉장고에 넣어둔 찬밥을 꺼내 데우고 좋아하는 김과 어제 먹다 남은 갈비와 국을 데워서 줬다
갈비는 세입 정도 뜯고 밥은 김을 싸서 먹었다
점심 때 보다는 더 많이 먹었다
후식으로 복숭아 하나를 꺼내 둘이 반씩 잘라 줬다
다 먹으니 또 먹겠다고 하지만
시간은 이미 평소 취침 시간을 지난터였다
설거지는 내일로 미루자
식기세척기도 있지만 넣을 시간도 촉박하다
큰애 이를 닦아주는데 울어재낀다
많이 졸린가보다
오글오글 퉤 하라고 하니 또 운다
얼굴을 씻기니 또 운다 졸려서 그러는 것 같다
둘째도 얼른 씻기고 둘을 침대에 눕혔다
정말 긴 하루였다
강원도로 출장을 갔던 남편은 밤에 대전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애들 밥 먹을 때 페이스톡을 하니 옆에 운전하시는 시어머니가 보였다
대전 집에 가니 좋은지
열경련이 어떤건지 몰라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다급할 때도 침착한 성격 때문인지
남편은 천하태평
그 모습이 조금은 밉다
고생은 나 혼자 다 하고......애들은 아빠만 찾고
나를 가만히 쳐다보는 큰 애에게 왜 엄마를 그렇게 보냐고 물으니 엄마가 좋아서 라고 한다
애들 다 재우고 깨어난 시각 2:15분
어깨도 아프고 마사지 받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데.....
덩달아 속이 메슥거리는 게 토 나올 것 같다
입덧이 아직 안끝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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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둘을 키우면서 애가 열경련을 하는 것이 처음있는 일이었다
삼일전에는 큰 애가 열이 나고 해서 해열제로 대충 진정이 됐는데 큰 애보다 더 튼튼하다고 생각했던 둘째가 열이나더니 해열제를 먹고도 열이 안 떨어져서 그런지 갑자기 경련을 일으켰다
너무 무섭고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경기를 하는 애를 물로 닦고 다른 해열제를 더 먹이니 조금 진정되서 바로 집근처 소아과로 달려갔다
열경련을 한번 더 할 경우에는 큰 병원 응급실로 가서 입원을 해야한다고 한다
종합병원도 집에서 가까이 있었지만 들어가는데만 30분이 걸린다
택시타고 가면 빠르겠지만 택시 부르고 기다리고 하느니 그냥 자가용 끌고 가는게 빠를 것 같아서 소아과를 갔던 거였다
집근처 해맑은 소아과는 평일에는 손님이 별로 없어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서 편리하다
처방해주는 약이 세지 않아서 효과는 썩 좋지 않은 듯 하지만 의사샘이 설명을 잘 해주시고 집에서 가까워서 거기만 가게 된다
병원 근처에 도착해서 운좋게 주차할 자리를 빨리 찾게 되어 주차를 하고 애를 안고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도착해보니 집에 나올 때 신겼던 신발 한쪽이 없었다
'나중에 찾아봐야지.'
진료를 마치고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서 약을 사고 차에 애를 태우니 아까 잃어버렸던 신발 한쪽이 생각난다
급히 다시 애를 안고 왔던 길을 되돌아 가니 길가에 주차된 차 뒤편이 놓여있었다
다행이었다
이마트에서 산 오천원짜리 크록스 비슷한 신발이라 잃어버려도 크게 아까울 것은 없었지만 발등이 두툼하고 발이 워낙 큰 애라서 맞는 신발을 찾기가 힘든 편이었다
그렇게 신발을 찾고 차에 오르려니 가을 햇살이 너무 따뜻하다
이대로 들어가기에는 너무 아까워서.....사실 애한테 햇볕을 좀 쬐게 해주고 싶어서 근처 아파트 단지에 있는 나무 그늘에 앉아서 가방에 있는 자연드림 바나나 우유 한팩을 꺼내 마시겠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정확한 의사표시를 안 하더니 빨대 봉지를 까서 보이니 마시겠다고 한다
우리집 근처에서는 잘 안 보이는 비둘기 보여서 신기한지 애는 새라고 하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한 두마리만 보이던 비둘기가 이내 스무마리가 넘게 보인다 빵 조가리를 찾아서 나눠먹는 거였다
그런 비둘기에게 안녕하고 인사한 뒤 자연드림으로 향했다
집에 우유가 다 떨어져서 우유랑 이것저것을 샀는데
애를 안고 장바구니를 들기가 힘들어 잠시 내려놨는데
자기를 혼자 내려두고 엄마혼자 장바구니 들고 계산대로 갔다고 또 바닥에 철퍼덕하고 쓰러져서 울어재낀다
휴..... 손에 들었던 애가 좋아하는 딸기칩도 내동댕이 친채로
둘째는 요즘 그런 식으로 자주 자기의 화를 표현한다
맨 바닥에 누워버린다거나 물건을 던진다거나...주로 형이 섭섭하게 했을 때나 때렸을 경우에 그런 행동을 보인다
다른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릴까봐 얼른 달려가 일으켜 안고 계산을 후다닥 하고 한 손에는 장가방을 들고 한 손에는 애를 안고 주차된 차에 애를 앉히고서야 한 숨을 돌린다
노형초 맞은편에 있는 약국에 들려 엘포비 키즈 유산균을 사고 집으로 돌아오니 애는 차 안에서 잠들어 있었다
한 손에 장가방을 들고 한 손으로 애를 안고 가려면 애가 깰까봐 우선 장가방을 트렁크에서 꺼내어 미리 엘리베이터 안에 놔두고 다시 돌아왔다
애를 데리고 엘리베이터에 타서 집에 들어가 침대에 애를 눕히고 문여는 소리에 애가 깨지 않게 조용히 다시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장가방을 챙겨서 집에 들어온다
남편은 내가 이러는 걸 상상이나 할까
둘째가 열경련이 났다고 카톡으로 보냈더니 전화로 무심하게 느껴지는 남편의 어투에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아 이제 주말부부가 되면 애 셋을 어떻게 혼자 본단말인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큰 애가 아파서 이틀 어린이집에 안 갔더니 집안일 특히 건조기에서 꺼낸 옷들이 안방 베란다 한켠에 산 처럼 쌓여있다
네번은 돌린 양인데 둘째가 잠든 틈을 타서 얼른 개어 서랍에 정리해야겠다
평소에는 한두덩이 크게 보던 큰애의 응가가 어제 저녁에는 유난히 염소똥처럼 나왔다
욕실에서 "엄마 응가 다했어요~"를 외치며 엄마를 부르는데 달려가서 엉덩이를 씻기며 "오늘은 물을 많이 안 마셨구나? 그래서 염소똥처럼 나온거야." 라고 하니
"엄마 전 염소가 좋아서 염소 똥을 싼거에요."
"엄마 우리집은 뭘로 지어졌어요?"
"아빠가 전문가시니까 아빠한테 물어보는 게 좋겠다."
난 속으로 '별게 다 궁금하네....'
밥을 다 먹고 견과류 한봉지를 먹고 싶다고 하길래 줬더니 아몬드만 남기고 그릇에 아몬드로 데코를 하고 있었다
"지금 뭐해?"
"해바라기 만들고 있어요."
큰애의 창의력은 정말 끝이 없다
말도 늘고, 고집도 세지고, 생각하는 것도 점점 어른스러워 진다
내가 뭘 더 해줘야 하나?
엄마는 항상 부족하게 생각되지만
조바심 내진 않을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