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응급실 후유증이 남아있는 상태인 듯 하다
몸이 너무 무겁고 힘들다
얘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 티격태격이다
밖으로 데리고 나가야 덜 싸운다
몬테소리 수업이 끝나자마자 밖으로 데리고 나갈 준비를 한다
먹을 것을 챙기고, 혹시 모르니 둘째 약도 챙기고 여벌 옷이며 기저귀며 짐이 한가득이다
노루를 또 보고 싶다는 큰 애의 말에 노루생태관찰원으로 향한다
도착하니 비가 한두방울 내린다
비 맞기도 싫고 비 오는데 애들 둘 유모차에 태우고 밖에 다니는 것이 싫었다
뒷처리할 게 많아 질 게 분명했다
그건 다 엄마의 몫이 될 것이고...
비가 오니 노루들은 다 집에 들어가서 밖에 안나온다고 다른데 가야겠다고 얘기하니 알았다고 한다
아쿠아플라넷으로 향한다
40분 정도 거리
나들이 행렬이 많은 가 보다
삼다수 사거리에서 엄청 밀렸다
겨우야 빠져나와서 달리는데 둘째가 계속 칭얼거린다
아픈건가 해서 계속 질문을 던져본다
대답은 항상 잘한다
첫째때와는 다르게 둘째는 대답과 반응이 즉각 오니 뭔가 의사소통이 되는 듯 한 느낌이다. 더 어렸을 때부터 그랬지만......
그렇게 해서 아쿠아리움에 도착
난 정액권이 있어서 큰 애의 정액권만 추가로 구입
정액권은 아이나 어른이나 다 12만원이란다
돌고래쇼랑 해적 아저씨들 볼꺼냐고 물으니 안보겠단다
무섭다고....
그래 그냥 물고기만 보자
둘째는 활기를 되찾았는지 유모차에서 나오고 싶다고 발버둥 친다
물고기를 가까이에서 보고싶다는 거였다
결국 유모차에 태우고 조금 가서 또 내려주고를 몇번 반복하며 관람했다
배고프지 않다던 애들이 관람이 거의 끝나가니 배고프다고 한다
지하 대형 수조 앞 계단에 앉혀놓고 들고간 먹을 것을 꺼내 먹인다
점심인데 애들은 생각보다 많이 먹지 않는다
'저녁이나 많이 먹여야지.'
그렇게해서 나오는데 기프트샵에서 그냥 지나칠 애들이 아니다
이번엔 펭귄에게 꽂혔다
펭귄인형을 사달라고 한다
집에 이렇게 해서 산 인형만 다섯개가 넘는다 크기도 크고 정말 짐이 아닐 수 없다
엄마는 돈이 없으니 다음에 사자
달래고 나오는데 큰애는 또 밖에 데크에 눈이 돌아간다
저기서 놀다가잔다
어쩔 수 없다
데리고 나가니 유모차에서 내리자마자 뛰어다닌다
곳곳에 맘충인지 부충인지 할멈충 할배충일 수도.....
그 흔적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요미요미 음료수 병과 빨대, 물티슈가 여기저기 널부러져있다
애들은 좋다고 뛰어다닌다
둘째는 형을 따라 데크 계단을 오르고 내리다 지쳤는지 데크에 누워있다
뛰어가서 혼을 내며 일으켰다
왜 이렇게 자주 밖에서 드러눕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애들을 다시 유모차에 태우고 차로 돌아온다
잠깐 놀았던 거에 배가 고팠는지 먹을 것을 또 달란다
손을 닦이고 포도를 주고 먹게 하니 둘째는 더 더 하며 또 달란다
없다고 하며 견과류 한봉지를 까서 주니 온 차 안에 흔들어대고 성질을 부린다 "엄마 때치" 라는 말도 남기며.....
갑자기 시작된 말이다 "엄마 때치"
이건 또 어떻게 잡아야 하나
고민할 새도 없이 바로 출발
몇분 안되어 둘다 잠이 들었다
9월의 주말이니 곳곳에 축제도 많은 듯 하다
백약이 오름을 지나고 송당 메밀꽃 축제도 지나고 그렇게 지름길을 택해서 집에 오니 5시다
차를 세우자 마자 애들은 잠에서 깼다
놀이터에서 더 놀고 싶다고 한다
휴...내 체력은 점점 고갈되어 가고 있었다
놀이터에서 한참을 놀다가 내가 도저히 안될 것 같아 집에 가자고 하는데 둘째가 더 아쉬운 모양이다
옆구리에 둘째를 안고 킥보드를 다른 손에 들고 갔다
그 사이 첫째는 자전거를 타고 오며 낑낑댄다
동산이라 올라오는 게 힘들만도 했다
둘째를 동 앞에 내려주고 첫째에게 다가가 자전거 뒤를 밀어준다 그렇게 집에 오니 여섯시
부랴부랴 저녁을 준비한다
내 체력은 고갈되었고 신경은 날카로워졌고
둘째는 밥을 빨리 먹는데 큰 애는 전혀 진전이 없다
내가 안먹여주니 그런가 보다
먹여줄 힘도 없었다
너무 힘들었다
화가 나서 "너 이러면 정말 싫다." 싫다는 말이 자꾸만 나온다
결국 다 먹고 나서 둘째에게 뭘 더 먹겠냐고 물으니 어설픈 발음으로 초코파이란다
엄마가 입덧 때문에 몰래 먹던 자연드림 초코파이를
애들이 먹기 시작했다
애들에게 똑같이 하나를 반씩 나눠서 먹기 좋게 썰어 그릇에 담아 주니 둘째는 응가가 마려웠는지 바로 식탁의자로 돌아가지 않는다
첫째는 그 사이에 동생 그릇에 있던 초코파이도 다 먹어버린다
밥은 그렇게 늦게 먹더니만 초코파이는 어떻게 빠른 시간 안에 먹을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동생은 자기 껄 형이 먹어 버렸다고 울려고 한다
또 주겠다고 달래고 얼른 안고 욕실로 데려가 엉덩이를 씻기고 말리고 기저귀를 채우고 응가묻은 기저귀를 가지고 쓰레기통에 버리고 내 손을 다시 씻고 초코파이를 꺼내 또 둘이 똑같이 나눠준다
우유도 컵에 따라주니 잘 마신다
복숭아를 잘라서 주고 애들이 먹는 동안 난 또 설거지를 한다
설거지를 끝내고 주방을 정리하고 애둘 양치 시키고 어제 못 시킨 목욕도 시키고 닦이고 책도 읽어주고 애둘을 양팔에 안고 재운다
사소한 일 같지만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들
하루의 반복 반복
그래서 엄마라는 존재가 애들에게 약간은 무시할 수 있는 존재로 비춰지는 건가
" 큰 애에게 엄마 보다 아빠가 더 좋지?" 물었던 적이 있다 큰 애는 망설이지 않고 "응, 아빠가 힘이 더 세니까."라고 대답한다
엄마는 아들에게 그렇게 비춰지나보다
아빠보다 힘이 약한 존재
내 직업과 경력을 포기하고 이런 생활을 하고 있지만 애들은 내 희생을 모른다
어려서도 모르겠지만 커서도 모를 것 같다
남자니까...엄마가 될 수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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