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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9.18
노형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항파두리
큰 애가 어린이집에서 지난주, 지지난주에 항파두리에 다녀왔기에
둘째에게도 꽃구경을 시켜주고 싶었다
오늘은 날씨도 정말 따뜻하고 좋은 날씨여서 집에만 있기가 괜히 아까웠다
몽고에 끝까지 항거한 삼별초군과 고려인의 정서가 서린 곳이 항파두성이란다
군사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곳이 항파두리라면
제주민의 고통과 한이 서려있는 말이 몽근년이다
요즘은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이 없지만 중3 때 돌아가신 큰할머니가 내게 가끔 쓰시던 말이 몽근년인데
나는 그때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
몽근년 몽그라터진년 이렇게 파생되기도 한다
본 뜻을 알면 무시무시하다
몽고인의 자식을 벤 여자를 지칭하는 말이란다
전쟁이 일어나면 전장에 나가 싸우는 것은 남자이지만
그 시대에도 모욕과 수치, 수모를 당하는 건 여자였나보다. 몽고인에게 겁탈을 당해서 어쩔 수 없이 임신한 여자에게 그런 욕을 한게 그렇게 전해져왔다는 것이다.
나도 몽근년 이야기는 시인이신 아버지의 사촌형으로 부터 들은 것이다.
남편은 몽고에서 살다 왔기에 몽골어를 꽤 하는데
남편으로 부터 제주도 사투리와 몽골어 간에 꽤 유사점이 많다는 것도 알아냈다. 특히 말을 제주어로 몰(15세기 중세 국어에 남아있는 아래아자를 쓴다)이라고 발음하는데 이게 몽골어와 굉장히 똑같다.
아무튼 난 몽고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진 않은 듯 하지만
이곳 항파두리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밭 전체에 같은 종류의 꽃을 심어서 사진 찍는 관광객이 무료로 이용하도록 했기에 슬픈 역사의 기억을 잠시 접어두게 한다.
둘째 아들은 열심히 민들레 씨앗을 찾아다니며 후후 거리고 해바라기 꽃에 앉은 벌이 무섭다고 안아달라고 한다
항몽순의비 계단을 열심히 오르락내리락 하는 둘째의 남다른 체력에 전시관도 제대로 못 본 채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